2025.10. 19.
✦ 독일에 가다 (12) – 천사를 만나다.
점심을 해결한 뒤 남은 과제는 식료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숙소 근처에는 마트나 편의시설이 거의 없었고, 게다가 이날은 토요일이었다. 차량 렌트는 월요일에야 가능했으니, 우선은 역 근처 마트에서 3일치 식량을 미리 사 두어야 했다.
마트까지 거리는 약 1킬로미터. 도시의 기준으로는 결코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이미 당황과 피곤이 누적된 상태에서 캐리어를 끌며 걷는 1킬로는 꽤 길게 느껴졌다. 도로마저 울퉁불퉁해 더 힘겨웠다. 간신히 도착해 쇼핑을 마치고 나니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숙소까지의 거리는 약 3킬로미터. 체크인 시간이 다가와 조급했지만, 우버 앱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독일의 서비스라며 믿고 기다렸건만, 앱 화면에는 계속 ‘검색 중’만 뜰 뿐이었다. 차량이 아예 오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포기라도 할 텐데, 끝없이 이어지는 대기 신호 때문에 30분 넘게 발이 묶였다.
결국 포기하고 걸어가야 하는 상황을 고민했다. 하지만 아까도 겨우 버틴 1킬로였는데, 캐리어와 장바구니를 들고 그것도 지방도로 차가 다니는 길가를 이용해서 3킬로를 걸어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바퀴가 터질 듯 비명을 지르는 캐리어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동료처럼 느껴졌다.
그때, 한 줄기 희소식이 전해졌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의 주인이 연락을 해왔고, 그의 딸이 우리를 데리러 나오겠다고 했다. 게다가 영어도 능숙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우리는 그녀를 망설임 없이 **“천사”**라고 불렀다.
잠시 후 숙소 딸이 차를 몰고 나타났을 때, 온몸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녀는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우리를 짐과 함께 태워주었다. 마치 낯선 땅에서 만난 친절한 안내자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TV나 매체에서만 보던 전형적인 유럽풍의 예쁜 집이 눈앞에 펼쳐졌다. 침대는 더블 하나였지만, 거실과 주방 공간이 넓어 한국식으로 치면 20평대 아파트에 버금가는 쾌적함이었다.
냉방기기는 없었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밖은 34도나 되었는데 실내는 늘 25도 언저리였다. 온도·습도계를 챙겨온 덕에 매일 기록했는데, 이 집은 마치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듯 시원했다.
샤워를 하고 나니, 피곤은 눈 녹듯 사라지고 숙소의 안락함이 온몸을 감쌌다. 처음 역에 도착했을 때의 당황은 어느새 멀리 사라졌고, 이제는 여행이 주는 여유와 안도감만 남았다. 바트 크로징겐은 그렇게 ‘천사를 만난 도시’로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2025년 10월 19일
재미미디어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