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 2.
✦ 독일에 가다 (14) – 낯선 길 위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배움의 시간
일요일 오후, 낯선 이름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로버트 매글(Robert Magel)’. 자이로토닉 트레이너이자, 이 지역 라인탈 클리닉에서 활동하는 마스터였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의 방문 소식을 보고, 직접 찾아와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오후 세 시쯤, 낯선 사내가 숙소 문 앞에 섰다.
단정한 미소, 그리고 “Welcome to Bad Krozingen.”
함께 걸었다. 숙소에서 라인탈 클리닉까지 약 2.3킬로미터, 30분 남짓한 거리.
그 길은 단순한 산책길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었다.
그는 걸으며 마을의 구조를 설명했다.
“저쪽은 온천 지구, 이 길 끝에는 라인탈 클리닉, 그리고 오른편으로 가면 프라이부르크로 향하는 열차 노선이에요.”
그가 말하는 동안 주변은 마치 정지화면처럼 고요했다.
자전거를 타는 노인,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부부,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의 종소리.
모든 게 느리게 움직였다.
걷는 동안 전날의 ‘당황’이 떠올랐다.
바트 크로징겐역에 도착했을 때, 시야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버스정류장과 빈 주차장, 그리고 철로.
그땐 막막했는데, 지금은 그 ‘비어 있음’ 속에 이 도시의 질서가 숨어 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독일의 소도시 기차역은 대부분 이렇다.
지하통로를 통해 광장으로 나가야 마을의 풍경이 드러나는 구조.
그 단순함이야말로 ‘효율’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날 저녁은 전날 사온 재료로 간단한 저녁을 차렸다.
샤워를 하려다 놀란 것은, 전날 설치한 샤워기 필터가 하룻밤 만에 변색되어 있었다는 점.
하얗던 필터가 이끼 같은 회색물질로 가득 찼다.
석회질이 많은 독일의 물 때문이었다.
“아, 이래서 필터가 필수구나.”
그날 이후 또 오게 된다면 주방용 필터까지 챙기자는 결심을 했다.
창밖으로 해가 넘어가며 붉은 노을이 비쳤다.
내일은 렌터카를 픽업하고, MZ는 스위스 바젤로 떠날 예정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길로 움직이기 시작한 첫날.
여행은 이제 ‘적응의 시간’을 지나 ‘움직임의 시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2025년 11월 2일
재미미디어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