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1.
✦ 독일에 가다 (8) – 기차로 국경을 넘어, 스트라스부르에 닿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저녁 기차를 타고 스트라스부르로 향했다. 중앙역은 독일을 대표하는 관문답게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무려 24개의 승강장이 나란히 이어져 있는데, 처음 찾는 이에게는 하나의 미로와도 같았다. 분명히 우리는 표에 적힌 시간과 승강장을 확인했지만, 독일에서는 안내 방송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 낯선 여행자에게는 긴장감을 더한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승강장에 섰지만, 출발 20분 전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는 것을 필자가 우연히 발견했다. 만약 그대로 기다렸다면 기차는 이미 다른 곳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20분 전에 확인한 정보가 불과 몇 분 만에 바뀌는 이곳의 관례는, 여행자에게 “늘 주의를 기울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독일의 철도가 정확하다는 인식은 맞지만, 그 정확함은 어디까지나 시스템 안에 있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외국인에게는 작은 함정과도 같았다.
저녁 9시 무렵, 기차는 마침내 스트라스부르 역에 도착했다. 여름의 유럽은 해가 길다. 이미 밤 시간이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밝았다. 기차역에서 숙소까지는 도보로 이동했는데, 돌로 포장된 길은 오래된 도시의 정취를 풍겼다. 그러나 여행객의 캐리어에는 혹독한 길이었다. 바퀴가 덜컹거리며 제멋대로 구르자 걸음은 느려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곳이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역사를 품은 공간임을 일깨워주는 장치 같았다. 불편함이 곧 낭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숙소는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형태였다. 우리는 곧장 근처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마련했다. 출국 전부터 건강을 위해 식이요법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오히려 한국보다 이곳이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햄, 치즈, 우유, 샐러드 등 종류가 다양했고,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으며, 신선함과 품질은 기대 이상이었다. 몇 가지 재료만으로도 식탁은 풍성해졌고, 피곤한 하루 끝에 든든한 한 끼를 마주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렇게 스트라스부르의 첫날 밤이 찾아왔다. 국경을 넘은 도시에서 맞이한 밤은 낯설지만,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하는 듯했다.
2025년 9월 21일
재미미디어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