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떠나는 이유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3월 6일 06:00
[기사원문]
캠핑장에서의 필자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잘 씻지 않아도 개의치 않고,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과식하지 않으며,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쉬다 돌아온다. 해야 할 일도, 시간에 쫓길 이유도 없는 상태에서 흘러가는 하루는 오히려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휴식 차원을 넘어, 우리가 왜 쉼을 배워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평소라면 칼로리 계산을 하며 식사를 조절하려 애쓰지만, 캠핑장에서는 그런 계산이 의미를 잃는다. 신기하게도 더 자유롭게 먹는데도 몸은 적당함을 스스로 찾아간다. 이는 스트레스 없는 일과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자기 조절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환경, 비교와 평가가 사라진 공간에서 인간은 본래의 리듬을 회복한다. 이 지점에서 캠핑은 단순한 야외활동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학습 환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연 속에서는 음악을 듣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도, 어느 순간 시선이 자연으로 옮겨간다. 넓게 트인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없이 변하는 빛의 결을 바라보다 보면 스마트폰 화면보다 자연이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넓어지는 것인지, 여유와 넉넉함이 생기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동안 붙잡고 있던 고민들이 서서히 희미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험은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평생교육은 지식과 기술의 축적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삶을 재정비하며,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캠핑은 이러한 학습 목표를 실천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이다. 계획을 세우고, 최소한의 자원으로 생활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은 훌륭한 생활교육 콘텐츠가 된다.
특히 캠핑은 환경교육과 결합될 때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법,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사용법 등은 교실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체험할 때 훨씬 깊이 각인된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속가능성 교육, 환경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 요소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캠핑, 아웃도어 활동을 기반으로 한 환경교육 과정이 국제 자격 취득 프로그램과 연계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평생교육원 입장에서 캠핑은 단순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넘어, 쉼과 성찰을 가르치는 교육 과정으로 확장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성인 학습자들이 겪는 문제는 ‘무엇을 더 배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쉬어야 하는가’를 모른다는 점이다. 쉼 역시 학습이 필요하다. 일정에서 벗어나는 법,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법, 자신을 돌아보는 법은 자연스럽게 익혀지지 않는다. 캠핑은 이러한 비가시적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또한 캠핑은 자기 관리 능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최소한의 준비물로 생활을 유지하는 경험은 계획력과 판단력을 요구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이 강화된다. 이러한 역량은 평생교육에서 강조하는 핵심 역량이자, 국제적 교육 기준에서도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다. 캠핑을 기반으로 한 교육 과정은 충분히 국제 자격 과정의 기초 모듈로 발전할 수 있다.
운동과 일을 병행하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만, 쉼이 빠진 삶은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캠핑장에서 씻지 않은 얼굴이 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순간, 우리는 삶의 속도를 다시 점검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활 방식을 성찰하는 학습의 순간이다. 평생교육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 역시 여기에 있다. 더 많이 성취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오래 균형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캠핑은 그래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한 준비다. 자연 속에서 비워낸 생각과 감정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된다. 오늘의 자연을 충분히 즐기고 나서야 우리는 내일의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캠핑이 평생교육의 중요한 콘텐츠로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쉼을 배우는 교육, 삶을 재정렬하는 학습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평생교육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