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8.
2025. 9. 28.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9월 28일 06:00
[기사원문]
다음 날 아침, 숙소 창문을 열자 사방이 오래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의 현대적인 호텔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수백 년은 되었을 법한 벽돌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창가마다 놓인 화분들은 도시의 아침을 한층 더 고즈넉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첫 목적지는 스트라스부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Strasbourg)이었다. 도시 중심에 우뚝 솟은 첨탑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정교하게 조각된 외벽은 오랜 시간 축적된 장인의 손길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 햇살을 머금은 스테인드글라스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관광객들의 낮은 탄성 사이로,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신앙과 문화의 중심이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성당 관람을 마친 뒤 우리는 도심 관광열차에 올랐다.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소박한 모습이었지만, 스트라스부르는 그렇게 둘러보는 방식이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열차는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며 주요 건물과 장소를 설명해 주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보다, 이후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을 미리 보여주는 안내자에 가까웠다. 덕분에 같은 구간을 도보로 다시 걸을 때는 지도를 꺼낼 필요가 없었다. 이미 눈에 익은 풍경들이 자연스럽게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점심 무렵 들른 노천 카페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 듯했다. 한국에서의 여행이 늘 일정에 쫓기듯 움직였다면, 이곳에서는 커피 한 잔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 자체가 여유로웠다. 가격 또한 예상보다 부담스럽지 않았다. 한국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조금 저렴하게 느껴졌고, 한낮의 햇살 아래에서 보내는 이 시간은 그 어떤 관광지 방문보다 값지게 다가왔다.
반면 스트라스부르의 시장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진열된 식재료들은 철저히 현지인의 식탁을 위한 것이었고, 여행자가 가볍게 집어 들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었다. 동남아의 시장처럼 조금씩 사 먹으며 즐길 수 있는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방인에게는 다소 높은 장벽처럼 느껴졌고, 차라리 카페나 식당에서 도시의 분위기를 음미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일정 속에서 선택의 순간도 찾아왔다. 트램을 타고 도시 외곽을 둘러볼 것인지, 관광열차를 다시 타고 도심을 더 깊이 살펴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그 선택은 옳았다. 처음에는 스쳐 지나갔던 건물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고, 작은 간판 하나, 창가에 놓인 화분 하나까지도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도시를 두 번 읽어내는 경험은 여행의 밀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이틀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스트라스부르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성당의 웅장함과 구시가지 골목의 정취, 노천 카페의 여유, 그리고 시장에서 느낀 이방인의 거리감까지. 이 도시는 짧은 만남 속에서도 여러 얼굴을 차분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