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24.
2025. 8. 24.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8월 24일 06:00
[기사원문]
필자의 일행이 이번 자이로토닉 마스터 코스에 참가하게 됐다는 사실은 연재의 첫 기사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공식 일정에 앞서, 일행은 하루 전 미리 현장을 확인하고 동선을 점검해보고 싶다는 요청을 전해왔다. 첫 참석이라는 점에서 오는 긴장과 낯섦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뮌스테탈(Münstertal)은 처음 찾는 곳이었기에, 답사 겸 동행을 흔쾌히 수락했고 직접 차량을 운전해 현장으로 향했다.
목적지의 주소는 의외로 단순했다. 구글 지도에 ‘Hof 49’만 입력하면 된다. 숙소가 있던 바트 크로징겐 인근에서 약 15km 남짓한 거리였고, 출발 전에는 30분 정도를 예상했지만 실제 주행 시간은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국의 수도권은 물론이고, 국내 중소도시에서도 신호등과 제한속도, 교차로를 고려하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이동 속도였다. 이곳에서는 잘 정비된 로터리와 왕복 2차선 도로가 이어졌고, 구간에 따라 시속 100km 주행이 자연스럽게 허용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로터리 진입이 다소 낯설었다. 그러나 몇 차례 경험을 하며 독일 운전 문화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독일에서는 운전면허 취득에 평균적으로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도로 위에서는 그 시간이 만들어낸 태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로터리에서는 이미 회전 중인 차량이 있으면 조급함 없이 기다렸고, 자신의 순서가 오기 전까지 경적을 울리거나 끼어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호등이 없는 비보호 좌회전 구간도 많았지만, 차량 흐름은 오히려 더 매끄러웠다. 서로의 움직임을 신뢰하는 문화가 도로 위에서 그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속도에 대한 인식이었다. 왕복 2차선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시속 100km 주행이 가능한 구간이 많았지만, 보행자가 있는 마을이나 주거 지역에 접어들면 단속 카메라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30~50km로 감속했다. 규제보다 습관이 먼저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체감상으로는 꽤 먼 길을 달린 것 같았지만, 도착 시간을 확인해보니 출발 후 17분. 그 짧은 이동 시간 안에, 기사로만 접하던 뮌스테탈 스튜디오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인상은 다소 의외였다. 규모가 크거나 위압적인 시설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분위기는 유럽의 소규모 예술 대학이나 연구 공간을 연상케 했다. 건물은 크지 않았고, 일부 공간은 테라피 스튜디오로 사용되고 있었다. 자이로토닉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내용처럼, 이곳은 평소에는 트레이너 한 명이 수업을 진행하는 비교적 소규모 공간이다. 그러나 겨울을 제외한 반년 이상은 자이로토닉 창시자 줄리우 호르바트(Juliu Horvath)와 그의 퍼포먼스 팀이 이곳에 머물며 무용수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점에서 이 스튜디오는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자이로토닉의 철학과 실천이 축적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일대의 밀도였다. 필자의 숙소가 있던 지역과 인근의 슈타우펜(Staufen)에는 이미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자이로토닉 스튜디오가 하나 있었고, 숙소 근처에도 두 곳이 더 확인됐다. 이 작은 지역에만 자이로토닉 스튜디오가 네 곳, 여기에 반년 이상 상주하는 마스터들까지 합치면 최소 다섯에서 여섯 명 이상이 머무는 셈이다. 특정 신체 훈련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공동체가 이 지역에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교통편 역시 이 지역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바트 크로징겐에서 출발하는 지역 열차는 정차역이 일곱 곳에 불과하다. 외형은 전철과 유사하지만, 운영 방식은 트램에 가깝다. 흥미롭게도 뮌스테탈 스튜디오 바로 앞에도 작은 역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평소 배차 간격은 1시간, 출퇴근 시간대에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접근성만 놓고 보면 대중교통 역시 충분한 선택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곳을 찾는 강사들에게 최선의 선택은 뮌스테탈 내 숙소를 잡고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다. 문제는 숙소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 다음 대안이 슈타우펜이며, 이마저도 늦으면 필자의 일행처럼 바트 크로징겐에 머물 수밖에 없다. 슈타우펜에 숙소를 잡은 마스터들은 관광세 대신 제공되는 무료 교통 티켓을 활용해 기차 이동을 선택했고, 바트 크로징겐에 머문 이들은 대부분 렌터카에 의존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동행한 한 트레이너는 “다음번에는 무조건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야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 코스는 이동마저 체력 소모로 이어질 수 있는 강도 높은 일정이다. 뮌스테탈 앞에 서서 바라본 이 조용한 풍경은, 곧 시작될 시간들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