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31.
2025. 8. 31.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8월 31일 06:00
[기사원문]
필자는 이번 연재의 첫 기사에서, 일행이 독일에서 열리는 자이로토닉 마스터 코스에 참가하게 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그 여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뮌스테탈(Münstertal)에서의 코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들어서자, 사전에 예상했던 ‘고된 과정’이라는 표현은 다소 온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코스는 단순히 체력을 요구하는 훈련이 아니라, 집중력과 의지, 그리고 오랜 시간 몸을 다뤄온 이들만이 감당할 수 있는 밀도의 과정이었다.
저작권과 교육 규정상 수업 장면을 촬영하거나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따라서 그 내부를 직접 보여줄 수는 없지만, 수업이 끝난 뒤 스튜디오 밖으로 하나둘 걸어 나오는 마스터들의 표정만으로도 이 코스의 강도를 짐작하기에는 충분했다. 얼굴에는 땀이 아닌 탈진이 남아 있었고, 말수는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몇 차례는 예정된 종료 시간을 한참 넘겼음에도 스튜디오 안에서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이유를 묻자, 한 마스터는 웃으며 이렇게 설명했다. “너무 지쳐서, 이제 그만하자는 신호로 박수를 친 거예요.” 그러나 그 박수는 공연팀에게는 격려로 전달됐고, 수업은 그대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 일화는 이 코스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스터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현역 무용수나 발레리나로서의 삶을 마친 지 적게는 십여 년,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난 이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요구되는 훈련의 강도는 현역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축적된 경험과 감각을 전제로 한 만큼, 동작 하나하나에 요구되는 정확성과 집중도는 더 높았다. 하루의 수업을 마친 뒤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잘 해냈다’는 안도감보다, ‘모든 것을 쏟아냈다’는 흔적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 코스가 해마다, 그것도 한 해에 세 차례나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자이로토닉이라는 체계에 대해 어떤 자부심과 헌신을 갖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자이로토닉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라면, “유럽에서 열리는 코스라면 수업 사이사이에 관광도 하고, 브레이크 데이에는 인근 국가로 여행도 다닐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모습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 필자가 지켜본 대부분의 마스터들은 수업이 끝나면 곧장 숙소로 향했다. 수업 사이 짧은 휴식 시간에는 눈을 붙이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을 뿐, 여유로운 외출이나 사교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시간에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장면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코스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한 마스터가 주최한 작은 식사 자리가 열렸다. 그제야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노력을 축하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 외의 시간은 철저히 휴식과 회복에 할애됐다. 브레이크 데이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행 중 한 트레이너는 아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했고, 대부분은 오후에 잠시 카페에 들르거나 숙소 인근을 산책하는 정도에 그쳤다.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일부 마스터들만이 삼삼오오 스파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을 뿐이다.
한 트레이너의 조언은 이 코스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최소 몇 달 전부터 체력을 충분히 끌어올릴 것, 발레의 기본 동작과 감각에 익숙해질 것, 그리고 무엇보다 숙소는 반드시 스튜디오와 가까운 곳에 마련할 것. 이는 편의를 넘어 생존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하루의 훈련을 마친 뒤 이동에 에너지를 더 쓸 여유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을 마친 이들의 얼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탈진 뒤에 남는 성취감, 그리고 같은 과정을 견뎌낸 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깊은 교감이었다. 서로를 껴안고 등을 두드리는 모습에서는 동료를 넘어선 전우애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졌다.
자이로토닉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라면, 뮌스테탈에서 열리는 이 코스가 왜 특별한지 결국 알게 된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만큼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경험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다시 몸과 철학을 점검하게 만드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시간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을 자연스럽게 약속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