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박 연장인가, 철수인가
계절 전환 속 선택이 만들어내는 생활설계형 평생교육의 현장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2월 23일 06:00
[기사원문]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면, 캠핑장에도 분명한 변화의 기운이 감돈다. 겨우내 생기를 잃었던 나무에 새싹이 올라오듯, 장기간 머물던 장박지 역시 2월 말부터 하나둘씩 철수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많은 캠퍼에게 이 시기는 ‘이제는 정리해야 할 때’로 인식되지만, 과연 계절의 변화가 곧바로 철수를 의미해야 할까. 이 질문은 단순한 캠핑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을 어떻게 설계하고 선택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장박 철수는 ‘겨울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넓혀보면, 장박의 본질은 계절 그 자체가 아니라 비수기라는 시간대에 있다. 장박은 추워서 선택한 캠핑 방식이 아니라, 캠핑장에는 비수기 수입을 제공하고 캠퍼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캠핑 환경을 제공하는 상호 협력적 구조에서 출발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아직 비수기로 분류되는 3~4월 역시 장박의 연장선상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시기다.
실제로 많은 캠핑장은 상황에 따라 장박 연장을 허용하고 있으며, 일부 캠핑장은 4월까지도 연장이 가능하다. 이는 캠퍼 개인의 생활 리듬, 일정,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철수해야 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시기’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이 지점에서 장박 연장 여부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 조건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학습 과정으로 전환된다.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선택의 과정은 매우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지닌다. 성인 학습에서 핵심은 정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장박 연장을 할 것인지, 철수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캠퍼는 기온 변화, 난방 사용 여부, 침구 관리, 이동 빈도, 비용 구조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이는 교실에서 이론으로 배우기 어려운, 현실 기반의 종합적 사고 훈련이다.
특히 3~4월은 캠핑의 성격이 애매한 시기다. 완연한 봄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난로 사용이 필요한 날이 많고, 밤 기온은 여전히 낮다. 이 때문에 일반 캠핑을 선택할 경우, 두꺼운 침구와 난방 장비를 매번 차량에 싣고 이동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반면 장박을 유지한다면 이미 세팅된 환경 속에서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같은 장비를 반복적으로 설치하고 철수하는 대신, 환경에 맞게 고정된 생활 공간을 유지하는 선택은 생활 기술 교육의 중요한 사례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박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생활 설계 능력을 기르는 하나의 학습 플랫폼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정 관리, 비용 대비 효율 분석, 장비 유지 관리, 기후 변화 대응 등은 모두 국제적으로도 야외활동 지도자, 환경교육 관련 자격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역량이다. 장박을 통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이러한 경험은, 향후 국제 자격 취득 과정에서 요구되는 실무적 이해와도 연결될 수 있다.
평생교육원 입장에서 본다면, 장박 연장과 철수에 대한 판단 과정은 충분히 교육 콘텐츠로 확장 가능하다. ‘계절 전환기 생활 전략’, ‘비수기 자원 활용’, ‘환경 변화에 따른 주거 형태 조정’과 같은 주제는 성인 학습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이는 다이어트나 운동 중심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이해하고 스스로 설계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다. 캠핑이라는 일상적 활동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체험형 평생교육 모델로서의 가능성도 크다.
결국 장박 연장인지 철수인지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가이다. 계절이 바뀌었기 때문에 철수하는 것과, 나의 상황과 필요를 분석한 끝에 철수 또는 연장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결정이다. 장박을 통해 우리는 자연 속에서 쉬는 법뿐만 아니라, 삶을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이 배움이 바로 평생교육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