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장박을 하는가?
― 장기 체류형 캠핑이 만들어내는 생활기술 중심 평생교육의 장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2월 9일 06:00
[기사원문]
‘웰빙’이라는 단어가 사회 전반을 관통하던 시기를 지나며, 캠핑은 하나의 유행처럼 빠르게 확산되었다. 기존의 숙박 여행, 즉 펜션이나 리조트가 제공하는 정형화된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스스로의 생활을 꾸리고 싶다는 욕구가 캠핑 붐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캠핑은 자유의 상징이었고, 준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가의 장비를 앞다투어 구매하는 소비 중심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흐르는 동안 캠핑 문화는 여러 변곡점을 지나왔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사회적 단절의 시기는 캠핑을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생활의 대안적 방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긴 터널을 지나 현재의 캠핑 문화는 포화 단계를 넘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이제 캠퍼들은 자신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에 맞추어 미니멀 캠핑, 맥시멀 캠핑, 백패킹, 차박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었고, 그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본격화된 방식이 바로 ‘장박’이다.
장박은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반복되는 설치와 철수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캠핑의 본질이 자연 속 휴식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캠핑 과정은 텐트 설치, 조리 환경 구축, 각종 장비 세팅,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을 원상복구하는 철수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경험이 쌓일수록 숙련되지만, 여전히 체력과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미니멀 캠핑이나 차박 역시 철수라는 과제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캠핑장이 비수기인 겨울 시즌을 활용해 장박 운영을 시작하면서, 캠핑 문화는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보통 2개월에서 길게는 4~6개월까지 텐트를 유지할 수 있는 장박은 캠핑장에는 안정적인 비수기 수입을 제공하고, 캠퍼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자연 속 거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수도권 기준 월 35~40만 원, 비수도권은 20~30만 원 선이라는 비용 구조 역시 장박의 확산을 뒷받침했다.
장박의 운영 방식은 주말농장과 유사하다. 캠핑장에서 장박 공고를 내면, 캠퍼들은 전화나 방문을 통해 신청하고 자리를 정한다. 이후 텐트 설치, 바닥공사, 난방 및 생활 장비 구축을 거쳐 하나의 ‘생활 공간’을 완성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제한된 조건 속에서 생활 환경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실천적 학습의 연속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장박은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장박을 경험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장 큰 장점은 ‘설치와 철수가 없는 캠핑’이다. 하지만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그보다 중요한 가치는 장기간 한 공간을 유지하며 스스로의 생활을 관찰하고 조정하는 과정에 있다. 날씨 변화에 따른 환경 대응, 에너지 사용 방식, 공간 정리와 유지, 이웃과의 관계 형성까지 장박은 일종의 생활 실험실 역할을 한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강조되는 체험형 학습, 환경 적응 교육,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 교육과 맞닿아 있다.
특히 장박지에서 형성되는 관계성은 주목할 만하다. 장박지는 단기 방문객이 오가는 캠핑과 달리, 마을과 유사한 구조를 띤다. 공통의 관심사와 유사한 생활 리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루어지고, 이는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연결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공동체 기반 학습이라는 평생교육의 중요한 요소를 체감하게 한다.
교육기관, 특히 평생교육원의 관점에서 장박은 충분히 하나의 교육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장박을 통해 학습자는 자연환경 이해, 생활기술 습득, 장기 계획 수립, 자원 관리, 관계 형성 등 다양한 역량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여가 활동이나 운동 프로그램과는 다른 결의 학습이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환경교육, 야외활동 지도, 라이프스타일 교육 분야의 자격 과정과도 연결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장박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편해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생활을 다시 설계하고, 자연 속에서 장기적인 안정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장박은 캠핑의 한 형태를 넘어,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생활을 학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이러한 이유로 장박은 앞으로도 단순한 캠핑 트렌드를 넘어, 체험형 평생교육의 중요한 사례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