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가 보여주는 생활기술 중심 평생교육의 확장 가능성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3월 20일 06:00

[기사원문]


오코노미야끼(밀키트)

“집에서 한 끼 식사를.”
한때 이 문구로 시작했던 밀키트 시장은 이제 단순한 간편식을 넘어, 일상의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영역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떡볶이, 우동처럼 조리가 단순한 음식이 중심이었다면, 이후 떡갈비와 각종 찌개류를 거쳐 최근에는 오코노미야끼, 물회 등 문화적 맥락이 담긴 요리로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확장이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 방식과 학습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이번에 소개하는 오코노미야끼 밀키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흔히 ‘일본식 부침개’로 알려진 오코노미야끼는 재료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직접 만들어보려 하면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요리다. 조리 순서에 대한 이해, 뒤집는 타이밍, 소스 구성까지 익숙하지 않은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 난이도를 밀키트라는 형식으로 낮추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만든 점이 주목할 만하다.

포장을 열어보면 2~3인분 기준으로 구성된 재료들이 비교적 간결하게 담겨 있다. 소량의 밀가루 믹스, 손질된 새우와 오징어, 숙주와 베이컨, 그리고 데리야끼소스·마요네즈·가쓰오부시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구성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서, 조리 과정 전체를 학습 경험으로 설계했다는 인상을 준다. 설명서에 따라 밀가루 믹스에 물을 섞고, 재료를 세척해 함께 섞는 과정은 요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제공된 비닐 봉투를 활용해 별도의 도구 없이 섞을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학습 장벽을 낮추는 요소다.

조리 과정에서 당황하는 순간도 있다. 밀가루 양이 적어 보이거나, 뒤집는 과정에서 모양이 쉽게 무너진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실패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체감하는 학습의 일부다. 한국식 부침개와는 다른 조리 감각, ‘부서진 채로 다시 모아 구워도 된다’는 오코노미야끼 특유의 조리 방식은 설명서의 문장을 넘어 실제 손의 경험으로 이해된다. 이는 책이나 영상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실천적 학습이다.

이 지점에서 밀키트는 단순한 식재료 묶음이 아니라, 하나의 교육 콘텐츠로 기능한다. 특히 언론기관 부설 평생교육원이나 성인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밀키트 기반 수업은 매우 유의미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요리를 가르친다는 목적보다는, 새로운 문화에 접근하는 방식, 지시문을 해석하고 실행하는 능력, 실패를 수정하는 과정을 학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국제 자격 과정이나 전문 교육에서도 중요한 요소는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절차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능력’이다. 오코노미야끼 밀키트 조리는 정해진 레시피를 따르되,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하는 판단을 요구한다. 이는 국제 교육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고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정형화된 매뉴얼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능력 말이다.

또한 밀키트를 통해 이국적인 요리를 접하는 경험은 문화 교육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일본의 가정식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재료 구성과 소스 조합을 이해하는 과정은 단순한 미각 체험을 넘어선다. 이는 평생교육이 지향하는 ‘삶의 반경을 넓히는 학습’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제 밀키트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편의 식품을 넘어, 학습을 설계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오코노미야끼 밀키트 한 상자는 요리 실습이자, 문화 이해 수업이며, 생활기술 교육의 교재가 된다. 완성된 요리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이해와 경험이 더 오래 남는다.

손쉽게 이국적인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된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경험했는가’다. 밀키트는 그 경험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매개체이며, 평생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