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2025.12.14.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12월 14일 06:00
[기사원문]
1980년대 뉴욕은 실험적 예술과 신체 담론이 동시에 분출하던 도시였다. 무대 위에서는 새로운 안무가 쏟아졌고, 무대 밖에서는 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지던 시기였다. 이 격동의 한복판에서, 한 무용수는 바벨보다 더 무거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부상, 예기치 않은 단절, 그리고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무대에 설 수 없다는 냉정한 자각. 그가 바로 자이로토닉(GYROTONIC®) 창시자, Juliu Horvath다.
Horvath는 발레와 체조, 수영을 넘나들며 몸의 가능성을 탐구해 온 무용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새로운 길로 이끈 것은 성취가 아니라 부상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치료와 재활을 전전했지만, 기존의 운동 방식은 그에게 근본적인 해답을 주지 못했다. 그때 Horvath는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어떻게 다시 훈련할 것인가’가 아니라, **‘몸은 본래 어떻게 회복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의 일상은 기록으로 채워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움직임을 관찰했고, 호흡이 바뀔 때 관절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세밀하게 적어 내려갔다. 척추가 회전하는 각도, 골반이 열리고 닫히는 순서, 팔과 다리가 연결되는 타이밍까지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이었다. Horvath에게 움직임은 더 이상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고, 힘이 아니라 흐름이었다.
이 탐구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Gyrokinesis®**다. 의자와 매트 위에서 이루어지는 이 시스템은 나선형 움직임과 호흡, 리드미컬한 리듬을 결합해 신체를 3차원적으로 확장한다. 근육을 고립시키는 대신, 관절과 관절 사이의 연결을 깨운다. 이어서 Horvath는 이 원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구 기반 시스템인 **Gyrotonic Expansion System®**을 완성했다.
자이로토닉의 핵심은 명확하다. 몸을 억지로 교정하거나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몸이 스스로 정렬되고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 팔·척추·골반은 물 흐르듯 이어지고, 호흡은 동작의 보조가 아니라 중심이 된다. 움직임은 기능을 넘어서 감각과 정서까지 아우른다. 이 때문에 자이로토닉은 단순한 운동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움직임 철학으로 불린다.
오늘날 자이로토닉은 무용수와 운동선수, 재활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확장되었다. 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마스터 트레이너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자이로토닉은 기술을 가르치기 전에, 몸이 가진 감각을 되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는 창시자인 Horvath가 처음 던졌던 질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언론기관 부설 평생교육원의 관점에서 볼 때, 자이로토닉의 가치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이는 신체 교육이 기능 향상이나 외형 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하나의 사례이자, 평생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모델이다. 몸을 이해하는 일은 곧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특집은 이 철학의 출발점에서부터, 세계 각지에서 이를 계승·확장하고 있는 마스터 트레이너들의 이야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한 무용수의 개인적 회복에서 시작된 움직임의 사유가 어떻게 세계적 교육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는지, 그 흐름을 차분히 따라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