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토닉이란 무엇인가? (2)
― 창시자의 삶과 국제 교육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자이로토닉
자이로토닉이라는 용어는 이제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고, 특히 움직임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지도자들이 새로운 학습 과정으로 자이로토닉을 선택하면서 점차 그 이름이 확산되었다. 많은 이들이 “필라테스와는 다른 무언가”, “부드럽고 유기적인 움직임” 정도로는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자이로토닉이 무엇인지, 어떤 철학과 교육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본 연재에서는 자이로토닉을 하나의 ‘운동 종목’이 아닌, 하나의 ‘국제적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바라보며 그 정체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편에서는 자이로토닉의 기본 개요와 전문 장비, 교육 구조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이 메소드를 창시한 인물의 삶을 통해 자이로토닉이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창시자의 생애는 곧 자이로토닉 철학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자이로토닉 익스팬션 시스템(Gyrotonic Expansion System®)의 창시자는 루마니아 태생의 헝가리인 율리우 호르바트(Juliu Horvath)이다. 그는 단순히 한 가지 직업으로 정의되기 어려운 인물로, 운동선수이자 예술가, 발명가이자 직관적인 교육자로 평가받는다. 1942년 루마니아 테메슈바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움직임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보였고, 수영·체조·조정 등 다양한 신체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한 것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19세였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루마니아 국립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가 될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이후 1970년 이탈리아 순회 공연 중 정치적 이유로 망명을 선택하면서 그의 인생은 급격히 전환점을 맞게 된다. 난민 수용소에서의 생활, 미국으로의 이주, 생계를 위한 다양한 노동은 그에게 신체적·정신적 성찰의 시간을 동시에 제공했다.
뉴욕에 정착한 이후 그는 센트럴 파크에서 공연을 하고, 시민 발레단과 뉴욕 시티 오페라, 라디오 시티 뮤직홀 등에서 활동하며 다시 무용수로서의 경력을 쌓아갔다. 마고 폰테인, 자크 담부아즈 등 세계적인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으며, 결국 휴스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이 시기 발생한 아킬레스건 파열은 그의 무용 인생을 중단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부상 이후 그는 뉴욕으로 돌아와 요가와 명상 수련에 깊이 몰두하게 된다. 움직임과 내적 인식의 관계에 대한 탐구는 점점 심화되었고, 그는 이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1977년 카리브해의 세인트 토마스 섬으로 이동한다. 산속의 작은 오두막에서 6년간 요가와 명상을 수련하며 그는 기존의 운동 개념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의 원리를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통찰은 이후 자이로토닉과 자이로키네시스로 발전한다.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개발한 움직임 교육을 ‘댄서를 위한 요가(Yoga for Dancers)’라는 이름으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점차 무용수뿐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에게 확장 가능한 교육 구조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자이로키네시스 메소드이며, 이후 이를 기구 기반 교육으로 확장한 것이 자이로토닉 메소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단순한 운동 개발이 아니라, 교육 시스템의 구축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이로토닉은 창시자의 경험과 철학을 개인적 노하우로 남겨두지 않고, 국제 본부를 중심으로 표준화된 커리큘럼과 자격 체계를 통해 전 세계에 확산되었다. 지도자는 단계별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며, 자격 취득 이후에도 정기적인 업데이트 교육을 통해 지속적인 학습을 요구받는다. 이는 자이로토닉을 일회성 기술이 아닌 평생 학습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핵심 요소다.
현재 자이로토닉 익스팬션 시스템은 80개국 이상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13,000명 이상의 국제 인증 트레이너가 활동하고 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인기의 결과가 아니라, 교육의 깊이와 구조가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이로토닉을 배우는 과정은 곧 자신의 몸을 이해하는 공부이자, 움직임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을 축적하는 평생교육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자이로토닉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단순히 “어떤 운동이다”라는 문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은 한 예술가이자 교육자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움직임의 철학이며, 오늘날에는 국제 자격 시스템을 통해 계승되는 교육 체계다. 이러한 맥락을 이해할 때 비로소 자이로토닉이라는 이름이 가진 깊이와 의미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2024. 11. 24.
재미미디어 편집부
권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