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7.
2025. 9. 7.
“렌트카 대신 택한 선택, 옳았다”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9월 7일 06:00
[기사원문]
자이로토닉 마스터 코스를 위해 독일 바트 크로징겐을 찾은 일행의 여정은 당초 렌트카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량을 인수해 독일 남서부를 종단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300킬로미터가 넘는 이동 거리, 초행길 운전의 부담, 아우토반 주행에 대한 긴장감, 여기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까지 포함된 국경 이동 일정은 현실적인 고민을 불러왔다. 결국 일행은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렌트카 대신 철도와 버스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선택은 쉽지 않았다. 유럽 철도는 정확하다는 인식과 달리, 현지에서는 지연이나 돌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 일정이 이미 고정된 상황에서 이동 차질은 곧바로 수업 차질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은 “운전에 쏟을 에너지를 이동 자체를 경험하는 데 쓰자”는 판단을 내렸다. 이 결정은 이후 여정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철도 여정의 가장 큰 수확은 스트라스부르 경유였다. 애초 이 일정은 ‘이왕 유럽에 왔으니 한 도시쯤은 제대로 보자’는 비교적 가벼운 발상에서 추가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도시에 발을 디딘 순간, 스트라스부르는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가 겹쳐진 도시 특유의 분위기,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 일상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풍경은 일행의 긴장을 단번에 풀어주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시의 속도였다. 스트라스부르는 바쁘지 않았다. 관광객이 적지 않았지만, 도시 전체가 그 흐름에 휘둘리지 않았다. 성당 앞 광장, 구시가지 골목, 강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어디에서도 조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이후 강도 높은 자이로토닉 수업을 앞두고 있던 일행에게 심리적인 완충 장치 역할을 했다. “몸을 쓰기 전에 마음이 먼저 풀렸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짧은 체류 역시 예상 밖의 만족을 안겼다. 저녁 기차를 이용한 덕분에 중앙역에 짐을 맡기고 도심을 둘러볼 시간이 생겼다. 뢰머 광장과 대성당을 중심으로 이어진 동선은 도보로 이동하기에 무리가 없었고, 마인강 인근 산책은 여행의 시작을 차분하게 열어주었다. 날씨는 무덥지 않았고, 음식 가격도 유럽 대도시치고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둘러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도시를 다르게 보이게 했다.
일행은 이 여정에서 이동 수단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경험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렌트카였다면 지나쳤을 풍경, 목적지만 남았을 시간들이 철도와 도보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엮였다. 기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간 국경의 풍경, 플랫폼에서 마주친 현지인들의 일상, 지도 대신 감각에 의존해 걸었던 골목길은 모두 여정의 일부가 됐다.
일정을 마친 뒤 일행의 평가는 분명했다. “렌트카 대신 철도를 택한 선택은 옳았다.” 이동의 효율만을 따졌다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여정은 교육을 위한 이동이면서 동시에 삶의 리듬을 조정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누구와, 어떤 상태로 지나왔는가였다. 스트라스부르와 프랑크푸르트에서 쌓은 여유는 이후 독일 남서부에서 이어질 집중적인 코스를 견디는 밑바탕이 됐다.
이번 선택은 결과적으로 여정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졌다. 여행의 질은 이동 수단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