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 5.
2025.10. 5.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10월 5일 06:00
[기사원문]
국경을 넘는 이동은 언제나 묘한 긴장을 동반한다. 필자는 이른 아침,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독일로 향하는 장거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유럽 내 이동은 비교적 자유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막상 국경을 넘는다는 사실 앞에서는 마음이 자연스레 조심스러워진다. 더욱이 출발 지점의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소박했다. 대합실도 없는 노상 정류장이 전부였고, 안내 방송이나 명확한 표지판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버스는 때로는 예정보다 늦게, 때로는 일찍 도착해 그대로 떠나버리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정시에 맞춰 도착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필자는 현장에서 체감했다.
이처럼 허술해 보이는 출발 환경과 달리, 국경을 넘는 절차만큼은 의외로 엄격했다. 실제로 신분증을 지참하지 못한 승객이 현장에서 탑승을 거부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비유럽권 여행자인 필자는 여권을 준비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전날 티켓까지 인쇄해 두었다. 그러나 막상 탑승 과정에서는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 QR코드만 제시하면 충분했다. 준비해 온 서류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함께 찾아왔다.
출발한 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독일 경찰이 버스에 올라탔다. 경찰은 승객 한 명 한 명의 신분증을 확인하며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와 같은 짧은 질문이었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심장은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난히 길게 느껴졌고, 국경이라는 경계가 여전히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며칠 뒤 예정된 렌터카 이동을 떠올리며, 네비게이션 앱을 켜 두고 실제 운전하듯 경로를 따라가며 시간을 보냈다.
약 두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프라이부르크였다. 버스 정류장은 곧바로 기차역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구조가 인상 깊었다. 야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고가 공간 위로 트램이 지나가고, 다시 내려오면 기차 플랫폼이 이어졌다. 도시의 교통 시스템이 수평과 수직으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놀라울 만큼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자동 발권기에서 영어 안내를 선택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었지만, 출력된 기차 티켓은 전부 독일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짧은 단어와 숫자로만 구성된 정보는 번역기를 사용해도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2등석(2. Klasse)’과 ‘2번 승강장(Gleis 2)’을 혼동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다행히 영어가 조금 통하는 현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마침 기차 직원이 창문을 열고 승객들을 확인하고 있어 티켓을 들어 보이며 바디랭귀지로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겪었던 당황스러운 기억이 스쳤지만, 이번만큼은 무사히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기차는 약 20분 뒤 바트 크로징겐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열차에서 내린 순간 또 한 번의 당혹감이 밀려왔다. 역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한적했고, 시골의 작은 버스 정류장을 연상케 했다. 캐리어를 끌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광장이나 상점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야 우리가 내린 곳이 역의 뒷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하 통로를 지나 반대편으로 나오자 비로소 광장과 상점, 편의 시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 지방 도시 역의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생긴 작은 해프닝이었다.
짧은 이동이었지만 긴장과 안도, 낯섦과 익숙함이 교차한 하루였다. 허술함과 깐깐함이 공존하는 국경 이동, 언어와 구조의 차이 속에서 겪은 소소한 혼란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정감까지. 이 하루는 바트 크로징겐에서 이어질 새로운 여정의 서막이자,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을 조용히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