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 9.
✦ 독일에 가다 (15) – 길 위에서
숙소 앞 버스 정류장. 손에는 숙소 주인이 준 무료 교통티켓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이게 정말 될까? 혹시 구간 제한이 있는 건 아닐까?’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도심이 아니라 시골 마을이다 보니, 영어가 통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 보였다. 마침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왔다. 조심스레 운전사에게 티켓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허탈하게 웃음이 났다. 이렇게 쉬울 것을.
MZ는 스위스 바젤 방향, 나는 프라이부르크로 향했다. 숙소 앞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헤어졌다.
버스는 좁은 편도 1차선 도로를 따라 달렸다. 속도계는 100km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는 적었고, 도로는 매끈했다. 운전사도 난폭하지 않았다. 이곳의 도로 위에서는 ‘빠름’이 아닌 ‘질서’가 먼저였다.
곧 프라이부르크 도심에 도착했다. 이틀 전에 거쳐 온 도시였기에 반가웠고, 익숙했다.
렌트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잠시 도심을 걸었다. 프라이부르크 대성당 앞에서 잠시 멈췄지만, 며칠 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장엄함을 보고 온 탓인지 그렇게 크게 감흥이 오진 않았다.
“확실히, 여긴 독일이다.”
그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실용적이고 투박하지만 묵직한 존재감. 꾸밈보다 기능을 중시하는, 그런 정직한 도시였다.
도시의 또 하나의 풍경은 도로였다. 자갈처럼 작은 돌로 이어진 블록 길 사이사이로, 실개천 같은 수로가 이어져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발을 벗고 그 물에 발을 담갔다. 물은 시원했고, 웃음소리는 가볍게 울렸다.
작은 나무배를 파는 상점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 배를 수로에 띄워보내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오래된 엽서 속 장면 같았다. 실용의 도시 한가운데 피어오른 여유의 장면이었다.
2025년 11월 9일
재미미디어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