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요리가 가르쳐주는 생활 기술 중심 평생교육의 가치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5년 327일 06:00

[기사원문]


짜파게티(feat. 청양고추)

캠핑을 가서 가장 많이 먹는 요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삼겹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실제 캠핑 현장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하는 음식은 의외로 라면이다. 삼겹살은 계절과 환경에 따라 먹지 않을 이유가 비교적 쉽게 붙는다. 여름에는 불 앞에 서는 것이 부담스럽고, 겨울에는 실외 조리가 쉽지 않다. 반면 라면은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불만 있으면 만들 수 있고, 조리 시간이 짧으며, 준비 과정도 단순하다. 그래서 캠핑이라는 비일상 속에서도 라면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남는다.

특히 급하게 떠난 여행일수록 라면의 존재감은 더 커진다. 여행지 인근 마트나 편의점에서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식재료가 라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1~2인이 떠나는 소규모 캠핑의 경우다. 라면만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 하면 채소가 부족해지고, 그렇다고 다양한 채소를 사기에는 양과 보관이 부담스럽다. 이때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하는 식재료가 바로 청양고추다.

청양고추는 소량으로도 음식의 인상을 바꿀 수 있고, 냉장 보관 없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1박 2일이든 2박 3일이든 사용 후 다시 집으로 가져오는 데 부담이 없다. 이러한 특성은 캠핑이라는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식재료 선택이 곧 보관, 이동, 낭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캠핑 요리는 단순한 조리를 넘어, 생활 설계와 판단의 문제로 확장된다.

라면 중에서도 짜파게티는 캠핑 요리로 자주 선택된다. 조리가 간단하고, 별도의 국물 관리가 필요 없으며, 한 그릇으로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짜파게티는 기름지고 느끼하다는 인식이 따라붙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청양고추라는 작은 아이디어가 역할을 한다. 잘게 썬 청양고추 1~2개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색감은 살아나고, 느끼함은 줄어들며, 맛의 인상이 한층 정돈된다. 흥미로운 점은 생각보다 맵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청량감이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균형이 맞춰진다.

이러한 경험은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정해진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조건에 맞춰 선택하고 조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캠핑 요리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제한된 조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는 곧 문제 해결 능력, 자원 활용 능력, 그리고 생활 기술을 학습하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평생교육원이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요리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요리를 통해 삶을 운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청양고추 하나를 더할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보관 기간, 이동 거리, 사용 빈도, 남김 여부를 함께 고려한다. 이러한 판단은 교과서에서 배우기 어려운 실천적 학습이며, 성인 학습자에게 특히 유의미한 교육 내용이다.

또한 캠핑 요리는 실패가 허용되는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맛이 조금 달라도, 완벽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느슨함 속에서 학습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고, 그 경험은 다음 선택의 기준이 된다. 짜파게티에 청양고추를 넣어본 경험이 다음 캠핑의 기본 옵션이 되는 것처럼, 작은 성공 경험은 생활 전반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국제 자격 취득이나 전문 교육과는 결이 다르지만, 이러한 생활 중심 학습은 평생교육의 중요한 축이다. 삶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능력은 특정 자격증보다 더 오래 영향을 미친다. 캠핑이라는 비일상 공간에서의 요리 경험은, 일상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식재료 선택과 조리 방식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는다.

짜파게티에 청양고추를 더하는 일은 아주 사소한 변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환경에 맞춰 사고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설계하는 학습이 담겨 있다. 캠핑 요리는 그래서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살아가는 기술을 익히는 하나의 평생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 작은 아이디어 한 스푼이 삶의 질을 바꾸는 순간, 학습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