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면 충분하다
다시 소형 캠핑으로 돌아가는 이유
재미미디어 | 권석진 기자
입력 | 2026년 7월 24일 06:00
[기사원문]
캠핑 문화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그동안 캠핑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초기에는 텐트 하나와 코펠만 있어도 캠핑이라 불렀지만, 캠핑 붐이 정점을 찍던 시기에는 거대한 쉘터와 수십 개의 수납박스, 각종 전기장비와 주방시설을 갖춘 이른바 '맥시멀 캠핑'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도 했다.
실제로 필자 역시 그런 시기를 경험했다. 장박을 하면서 바닥공사를 하고, 난방시설을 설치하고, 계절별 장비를 교체하며 캠핑을 즐겼다. 물론 그런 캠핑만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나는 왜 캠핑을 시작했을까?"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자연 속에서 쉬기 위해서일까.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캠핑 스타일이 있다. 바로 타프와 소형 텐트 조합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형 텐트는 3m 이하 크기의 좌식 텐트다. 최근 유행하는 대형 쉘터나 리빙쉘과는 다른 개념이다. 오직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앞에 타프 하나.
의자 두 개.
작은 테이블 하나.
이 정도면 준비가 끝난다.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준비하면서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설치와 철수다. 금요일 밤 퇴근 후 캠핑장을 향해 달려가 도착하면 이미 어둠이 내려앉는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한 시간 넘게 텐트를 설치하고 장비를 배치하다 보면 정작 쉬러 왔는지 노동하러 왔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타프와 소형 텐트 조합은 다르다.
숙련된 캠퍼 기준으로 텐트와 타프 설치 자체는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최근의 소형 텐트들은 구조가 단순하고 설치가 쉬워졌으며, 타프 역시 두 개의 폴대와 스트링만으로 빠르게 설치할 수 있다.
이후 의자와 테이블, 쿨러박스, 침구, 랜턴 등 생활 장비를 모두 배치하더라도 30분 내외면 캠핑 준비가 완료된다.
예전 같으면 이제 막 설치를 시작할 시간이지만, 소형 캠핑에서는 이미 커피를 내리고 자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설치 시간이 줄어들면 휴식 시간이 늘어난다.
장비가 줄어들면 관리해야 할 것도 줄어든다.
짐이 줄어들면 이동도 편해진다.
결국 캠핑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특히 2박 3일 일정에서 이러한 장점은 더욱 빛난다.
첫째 날은 여유롭게 이동하고.
둘째 날은 온전히 쉬고.
셋째 날은 부담 없이 철수한다.
최근 많은 캠퍼들이 장박과 일반 캠핑의 중간 형태로 2박 3일 캠핑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소형 캠핑은 자연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든다.
쉘터 안에서는 어느 순간 집 안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전기장판을 켜고, 영화를 보고, 음식을 조리하다 보면 자연은 창문 밖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타프 아래에서는 다르다.
바람의 방향을 느낀다.
햇빛의 움직임을 본다.
구름의 변화를 관찰한다.
밤에는 별을 보고, 아침에는 새소리에 눈을 뜬다.
이러한 경험은 거대한 쉘터 안에서는 오히려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평생교육에서는 경험을 통한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캠핑 역시 마찬가지다.
캠핑은 자연을 배우고, 시간을 배우고, 여유를 배우는 공간이다.
최근 사회는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그러나 캠핑은 정반대의 가치를 알려준다.
조금 덜 가져도 괜찮다.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타프와 소형 텐트 캠핑은 바로 그런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
장박이 하나의 작은 별장이라면, 소형 캠핑은 자연 속에 잠시 의자를 펼쳐 놓는 일에 가깝다.
필자는 이것이 앞으로의 캠핑 문화가 향할 또 하나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가져가는 캠핑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과감히 줄여보자.
생각보다 적은 짐으로도 충분히 좋은 캠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캠핑은 다시 휴식이 된다.